◇솔직히 아쉽다
박승희의 컨디션이 너무 좋아 한편으론 아쉬웠다. 지난 10일 예선에서 1위를 기록한 그는 이날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이 종목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판커신(중국)이 준결승에서 탈락해 금메달도 가능해보였다. 단거리 종목인 500m에선 출발 포지션이 가장 중요한데 박승희는 결승에서 맨
안쪽 1번 포지션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하늘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스타트 총소리가 울린 뒤 가장 빠르게 뛰쳐나갔으나 한 바퀴도
돌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가 안쪽으로 무리하게 끼어든 탓에 앞에 있던 크리스티와 박승희,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가 한꺼번에 넘어졌다. 재빨리 일어났으나 한 번 더 넘어진 박승희는 결국 3위를 차지했다. 준결승과 결승에서 상대 선수가 연달아 넘어진 틈을 타 선두로
나선 리젠루(중국·45초263)에게 행운의 금메달이 돌아갔다. 폰타나는 2위(51초250).
◇박승희 동메달의 의미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박승희는 한국 쇼트트랙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98 나가노 올림픽 때 동메달을 따낸 전이경 이후 16년 만에 여자 500m 메달을 추가한 것이다. 전이경은 당시 준결승에서 3위에 그친 뒤 5~8위전(파이널B)에서 5위를 차지했으나. 결승(파이널A)에서 한 선수가 실격당하고, 한 선수는 레이스를 마치지 않은 탓에 동메달을 거머쥐는
행운이 따랐다. 박승희는 자력으로 결승에 나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광복 대표팀 코치도 이날 “(박)승희가 오늘 역사를 쓰는 줄 알았다”며 “그래도 (이 종목에서)자력으로 동메달을 수확한 첫 선수가 됐다”고 칭찬했다.
◇“단거리 가능성 보여줬다”
경기를 마친 박승희는 눈물을 쏟아냈다. 최 코치가 그런 박승희를 껴안으며 다독여줬다. 곁에 있던 자원봉사자가 휴지를 건넬 정도였다. 그는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차지했으나 3000m 계주 결승에서 여자대표팀이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 중국에 금메달을 내주면서 펑펑 울었다. 이번엔 눈물의 의미가 다르다. “동메달 때문에 우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방송 인터뷰 도중 가족 얘기가 나와서 그 생각을 하다보니
눈물이 났다”는 그는 “밴쿠버 때였으면 아쉬워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괜찮다. 후배들에게 단거리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 첫 메달을 땄으니 이제 마음 편하게 남은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티가 나보다 더 울고 있더라. 착한 선수인데, 나중에 내게 미안해 할 것”이라며 착한 마음씨도 드러냈다.
-차원이 다른 베팅의 세계 W88-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