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8일 금요일

감동 줬던 박찬호, 감동 받으며 떠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전 국민들에게 꿈과 감동을 줬던 ‘영웅’ 박찬호(41)가 이번에는 팬들에게 감동을 받으며 떠났다. 야구 영웅의 퇴장에 경기장을 가득 메운 많은 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24승을 거둔 대투수 박찬호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앞두고 은퇴식을 가졌다. 전 국민적인 영웅이었던 박찬호가 9개 구단의 모든 팬들 앞에서 그에 합당한 화려한 은퇴식을 가진 것이다.

오후 4시경 경기장에 도착한 박찬호는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비롯한 인사들과 만남을 가진 뒤 4시 40분부터 사인회를 가졌다. 한국야구가 낳은 최고 선수 중 하나인 박찬호의 사인을 받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몰려 변치 않는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대중 앞에 선 박찬호 역시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팬들의 사인 요청에 임했다. 

이어 박찬호는 경기 전 은퇴식을 가지고 정들었던 그라운드 위에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어 공식 시구자로 나서 힘차게 공을 뿌렸다. 차량에서 내린 뒤 팬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 박찬호는 김경문 NC 감독이 직접 시구를 받았다. 박찬호의 시구에 모든 팬들은 큰 박수로 영웅의 마지막 길을 축복했다. 그 후 모든 올스타 선수들이 마운드 주위로 모여 선배의 은퇴식을 축복했다. 한국야구 역사에서 의미가 큰 장면이었다.

한양대 재학 시절이었던 1994년 MLB의 명문 구단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박찬호는 한 때 모든 야구팬들의 희망이자 꿈이었다. 1996년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둔 박찬호는 2000년 18승을 기록하는 등 MLB에서 총 17년을 뛰며 124승을 거뒀다. 이는 지금까지도 아시아 투수 중에서는 최다승 기록으로 남겨져 있으며 그 후 한국 선수들의 미국행 문을 활짝 여는 계기가 됐다.

특히 나라 전체가 IMF 여파로 힘들어 할 당시였던 1990년대 후반 박찬호는 골프의 박세리와 더불어 국민들에게 꿈과 자긍심을 안겨다 준 영웅 중 하나였다. 많은 이들이 TV앞에 앉자 박찬호가 던지는 것을 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랬던 그들이 박찬호의 은퇴식에서 큰 박수를 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미국을 떠난 이후 일본에서 잠시 뛰기도 한 박찬호는 항상 “마지막에는 고향팀에서 뛰고 싶다”라는 꿈을 드러냈고 지난 2012년 한화에 입단해 23경기에서 5승10패 평균자책점 5.06의 성적을 남기고 공식적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성적은 아주 좋지 않았지만 박찬호가 국내에서 공을 던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제는 전설이 된 박찬호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뒤로 하고 마운드를 떠났다. 자격이 있는 화려한 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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