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하니까 선수로선 희망이 없더라.”
박찬호가 은퇴한지도 2년이 돼간다. 그 여운은 지금도 선명하다. 지난 1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올스타전에 앞서 치러진 박찬호의 은퇴식. 역대 가장 감동적인 은퇴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찬호는 은퇴식 직후 기자들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비록 마운드에선 떠났지만, 한국야구와는 이별을 고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한국야구가 침체됐다는 말이 많다. 몇 년째 지적되는 경기력 하락 문제에 최근에는 심판판정 논란이 거셌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구단들의 살림살이와 야구계를 돕는데 여전히 인색한 지방자치단체들, 씨앗이 말라가는 아마야구의 척박한 현실까지. 박찬호가 한국야구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제시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야구인이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부분은 있었다.
▲ 선수들은, 그래도 내일이 있다
박찬호는 부진에 허덕였던 텍사스 시절 얘기를 꺼냈다. 그는 “심리치료를 받을 때였다. 담당 박사가 ‘지금 네가 아무리 힘들어도 은퇴하면 미래가 없기 때문에 그게 더 힘들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때는 이해가 안 됐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선수시절엔 내일이 있었다. 홈런을 맞고 게임이 망가질지언정 희망이 있었다. 은퇴한 이후엔 선수로서 뛸 수 없으니 희망도 없다. 그게 심리적으로 불안했다”라고 털어놨다.
지금도 수 많은 선수가 자신과 싸운다. 생각만큼 타율이 오르지 않는 타자, 생각만큼 평균자책점이 내려가지 않는 투수. 머리는 알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선수가 의외로 많다. 은퇴한지 2년 돼가는 박찬호에겐 그런 스트레스 자체가 행복이다. 박찬호는 은퇴 이후에도 선수 복귀 의지가 있었다고 했다. 은퇴 이후 선수시절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혹시 한화에서 다시 불러주지 않을까 싶어서 공을 제대로 던져보기도 했다”라는 박찬호다.
야구선수에겐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당연히, 모든 야구선수는 야구에 좀 더 진지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한국야구 수준하락 문제 해결의 출발점도 여기다. 메이저리그서 124승을 쌓은 투수도 은퇴 이후 선수 시절을 그리워했다.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에 더 충실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더 치열해져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