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0일 토요일

골 넣는 법 잊은 전북·서울… 방패만 단단했다





축구는 실수에 결과가 갈린다. 반대로 양팀이 실수가 없다면 0-0 무승부가 된다. 최근 5년 간 두 차례씩 리그 우승을 가져가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는 전북현대와 FC서울의 시즌 세번째 맞대결이 그랬다. 1-1 무승부, 2-1 서울 승리로 끝났던 이전의 결과를 뒤집고 싶었던 것은 홈팀 전북이었다. 서울은 리그 7경기 무패(6승 1무)의 분위기를 이어만 가도 나쁘지 않았다. 홈팀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세밀함이 부족했다. 원정팀은 특유의 역습 전략으로 기회를 잡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빛난 것은 실수가 거의 없었던 수비진, 그리고 중요한 순간 선방을 펼친 양팀 골키퍼들이었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0-0 무승부로 끝난 대결은 공평한 결과였다.


서울이 답답한 이장, 마이웨이 가는 독수리경기 전 만난 최강희 감독은 지난 8월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22라운드에서 이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덤볐다가 패했던 기억 때문일 것 같다는 추리가 가능했다. 전북은 서울전을 앞두고 10경기 연속 무패(7승 3무)를 달렸지만 그 뒤 기세가 꺾이며 전남에까지 패하며 연패를 기록했다. 최근 3경기에서 2승 1무를 거두며 팀을 추스른 최강희 감독은 “우리도 하프라인 아래로 선수들을 다 내릴까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서울의 선수비 후역습 전략에 대한 지적이었다. 지난 맞대결에서 전북은 공격을 주도했지만 두 차례 실수로 서울에게 카운터를 맞으며 1-2로 패했었다. 그는 “서울은 묘한 팀이다. 자신들이 이기려고 나가면 비기고, 비기려고 나가면 이기는 팀이다”라고 말한 뒤 “서울과 가장 쉽게 낼 수 있는 결과는 0-0 무승부다. 서로 내려서서 신중하게 경기를 하면 그런 결과가 나올 거다”라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수요일에 서울로 올라가 AFC 챔피언스리그를 보고 왔다. 서울의 전략을 직접 확인하고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4층에서 봤는데 우리 팀 경기가 아닌데도 답답하더라. 홈에서는 이겨야 하는데…”라며 자기 팀 경기마냥 아쉬웠다. 정말 수비적으로 경기를 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내 성격상 그렇게 안 된다. 상대가 그걸 노리는 걸 뻔히 알지만 결국은 적극적으로 공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 만난 최용수 감독은 최강희 감독이 수요일에 현장에 있었다는 걸 이미 아는 눈치였다. 그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최감독님이 많이 실망하셨다고 하지 않던가?”라고 먼저 물었다. 이어서는 “수요일 경기는 잊었다. 리그 2경기를 잘 치르고 원정을 가야 한다. 현재 팀 운영의 우선 순위는 챔피언스리그다. 시드니 원정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 선발라인업은 지난 경기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선수 기용이 드러났다. 최효진이 다시 왼쪽 윙백으로 투입됐고 공격진엔 에스쿠데로 대신 에벨톤이 나섰다.\
서울의 전투력에 예비역으로 맞선 전북최용수 감독은 정신력을 전투력이란 표현으로 대체한다. 서울은 현재 유일하게 K리그 클래식,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3개 대회를 치르고 있다.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있지만 주요 선수들의 체력 소모는 극심하다. 그래서 최용수 감독은 100% 이상을 짜낼 수 있는 특별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강조하고, 그것을 전투력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날도 최용수 감독은 전투력을 강조했다. 웨스턴시드니전을 치르고 사흘 만에, 그것도 낮에 치르는 경기인만큼 체력전에서 밀릴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는 “전북에겐 힘과 결정력에서 밀린다. 우리는 전투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전투력에 전북은 전역한지 11일 밖에 되지 않은 예비역으로 맞섰다. 미드필더 정훈이 전역 후 전북 유니폼을 입고 첫 출전을 했다. 최강희 감독은 코뼈 골절로 수술을 한 정인환, A매치를 치르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온 윌킨슨을 대신해 신형민을 센터백으로 투입했다. 이재성이 아시안게임으로 차출되고 정혁이 컨디션 난조를 겪는 상황에서 최강희 감독은 김남일의 파트너로 정훈을 택한 것이다. 이승현과 김동찬도 대기 멤버에 이름을 올리며 출전을 준비했다.
정훈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플레이로 서울 미드필드진을 괴롭혔다. 양팀은 중원에서 치열한 경쟁을 했다. 수비진의 집중력도 좋았다. 그 얘기는 공격진이 활로를 만들기가 더 어려웠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반 30분이 지나도록 경기는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전반 33분 이동국이 얻어낸 프리킥을 레오나르도가 스크럼 밖으로 돌아나가는 과감한 슛으로 연결하면서 골에 가까운 장면이 처음 나왔다. 전북은 이어진 공격에서 신형민의 힐패스를 받은 레오나르도가 아크 정면에서 감아찼다. 하지만 두 번의 슛은 모두 김용대에게 막혔다. 최근 유상훈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김용대는 뛰어난 반응과 가벼운 몸놀림으로 골문을 지켰다. 서울은 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 고요한과 패스를 주고 받은 고명진이 올린 크로스를 박희성이 슛으로 연결해봤지만 정훈의 방해로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전북은 3분 뒤 레오나르도의 측면 크로스를 한교원이 경합하고 뒤로 흐른 것을 리치가 때렸지만 최효진에게 막히며 무산됐다.
골 넣는 법을 잊은 양팀, 고민은 같았다전북은 후반 7분 빠른 공격 전개 과정에서 한교원의 강력한 중거리슛이 터졌지만 옆 그물을 때려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승부를 위해 먼저 칼을 빼낸 건 전북이었다. 후반 8분 리치를 빼고 김동찬을 투입했다. 10분 뒤에는 정훈을 빼고 카이오까지 넣었다. 미드필더 2명을 빼고 공격수 2명을 추가하며 공격에 무게를 뒀다. 중원은 사실상 김남일 혼자 지켜야 했다. 서울은 박희성을 빼고 고광민을 투입해 공격 2선의 역습 속도를 더 높이려고 했다. 후반 25분 전북의 카이오가 날린 중거리슛은 김용대에게 막혔다. 권순태도 김용대 못지 않은 선방을 자랑했다. 후반 33분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것을 고광민이 먼 거리에서의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권순태가 몸을 날려 팔을 뻗었고 가까스로 막아냈다. 이어진 김진규의 슛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후반 37분 차두리의 크로스는 최효진, 고광민의 헤딩을 거쳤고 이어진 에벨톤이 슛은 골대 옆으로 빗나갔다.

양팀은 추가시간 3분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며 결국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전북은 울산과의 17라운드 이후 2달여만의 무득점 경기였다. 서울도 제주와의 23라운드 이후 4경기 만에 무득점을 기록했고 3연승을 마쳐야 했다. 최강희 감독과 최용수 감독의 고민은 비슷했다. 결국 골이 문제였다. 전북은 지난 26라운드 경남전에서도 수비 중심으로 나오는 팀을 전처럼 공략하지 못하다 김남일의 결승골로 힘겹게 1-0으로 승리했다. 최근 6경기에서 6득점으로 9경기에서 23득점을 기록했던 7, 8월의 무서웠던 기세가 꺾였다. 이날은 이동국이 단 1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서울도 리그에서는 역습 전략으로 재미를 보고 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경기 연속 득점이 없었다. 웨스턴시드니전에서도 무득점으로 중요한 홈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공격진에 불꽃이 붙여야 하는 두 감독의 고민이 묻어난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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