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0일 월요일

기성용-마티치… EPL 지배하는 수비형 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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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이 강한 팀들이 하나 같이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상위권에 오르며 현대 축구는 중원 싸움에서 결판 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번 시즌 EPL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11라운드가 지난 현재 첼시가 무패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샘프턴(2위)과 웨스트 햄(4위), 그리고 스완지 시티(5위)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전통의 강호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6위와 7위에 오르며 중상위권에 위치하고 있고,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한 리버풀은 11위에 그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도 3위로 체면치레하고 있다. 중상위권 터줏대감이었던 에버튼과 토트넘도 10위와 12위로 기대 이하의 시즌 초반 성적을 기록 중에 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부에 불과하기에 지금의 성적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시즌 1/3이 지난 현재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첼시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우샘프턴과 웨스트 햄, 그리고 스완지에게선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하나같이 허리가 강하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바로 팀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있다.

먼저 첼시엔 네마냐 마티치가 있다. 마티치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태클 부문 팀내 1위(3.5회)와 가로채기 부문 팀내 2위(1.7회)를 기록하고 있다.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조차 런던 지역지 '겟 웨스트 런던'을 통해 "마티치는 최고의 선수다. 현재 첼시에서 마티치의 존재감은 거대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헌신적인 움직임이 있기에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플레이메이킹에 주력하면서 도움 9회로 EPL 전체 1위를 당당히 달리고 있다.

지난 주말 리버풀전에서도 마티치는 중원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2-1 역전승에 기여했다. 태클(4회)과 가로채기(3회) 모두에서 팀내 최다였고, 코너킥 장면에선 적극적으로 공중볼에도 가세해 게리 케이힐의 동점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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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에 마티치가 있다면 사우샘프턴엔 바로 슈나이덜린이 있다. 사우샘프턴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아담 랄라나와 데얀 로프렌, 리키 램버트(이상 리버풀)을 비롯해 루크 쇼(맨유)와 칼럼 체임버스(아스널)과 같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이에 영국 현지 언론들은 '대탈주(Exodus)가 일어났다'라며 사우샘프턴이 힘든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사우샘프턴이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면서도 끝까지 지킨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모르간 슈나이덜린이다. 여름 이적 기간 내내 토트넘이 적극적으로 슈나이덜린 영입에 나섰고, 선수 본인 역시 훈련을 거부하고 이적 요청서를 제출하는 등 구단과의 마찰을 불사했으나 로날드 쿠먼 감독의 반대에 부딪쳐 끝내 이적이 불발됐다. 실제 슈나이덜린은 "쿠먼 감독이 나만은 팀에 남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라고 밝혔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슈나이덜린이 팀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기에 사우샘프턴은 빠르게 팀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슈나이덜린은 팀내에서 가장 많은 패스(69.6회)와 가장 정확한 패스 성공률(89.4%)를 자랑하며 중원의 핵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태클(3.9회)과 가로채기(1.9회) 역시 각각 팀내 2위를 달리고 있다.
스티븐 데이비스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슈나이덜린을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쿠먼 감독은 수비를 강화할 시엔 빅터 완야마를, 그리고 공격을 강화할 시엔 잭 코크를 투입해 상대 맞춤형 미드필드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슈나이덜린과 데이비스, 그리고 완야마(혹은 코크)로 구성된 중원 삼인방은 높은 장악력과 포백 보호 능력을 자랑하며 사우샘프턴을 EPL 최소 실점 팀(5골)으로 이끌고 있다.

웨스트 햄에선 알렉산더 송을 빼놓을 수 없다. 여름 이적시장 데드라인을 통해 임대로 웨스트 햄에 입단한 송은 볼 경합 승률에서 강점을 보이며 팀의 포백을 단단히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10월 25일에 열린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영국 현지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송의 단단한 후방 지원 속에서 '킥 스페셜리스트' 마크 노블이 패스 플레이에 주력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샘 앨러다이스 웨스트 햄 감독은 공격을 강화할 시엔 모르간 아말피타노를, 그리고 수비를 강화할 시엔 셰이쿠 쿠아테를 선발로 내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완지엔 바로 기성용이 있다. 선덜랜드에서 임대 복귀하자마자 개막전에서부터 골을 넣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기성용은 이번 시즌 게리 몽크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연신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키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당 패스 숫자는 55.2회로 수비수 애슐리 윌리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패스 성공률은 91.4%로 팀내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단 패스가 전부가 아니다. 이번 시즌 들어 기성용은 경기당 2.7회의 가로채기와 함께 이 부문 팀내 2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공중볼 싸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전까지와는 달리 수비적인 공헌도가 비약적으로 올라간 기성용이다.

지난 주말 아스널전에서도 기성용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띄었다. 패스 성공률은 무려 95.6%에 달했고, 볼 터치 횟수도 81회로 팀내 최다였다. 가로채기도 무려 4회나 기록하며 아스널을 괴롭혀 나갔다. 이에 아르센 벵거 감독은 78분과 79분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아론 램지와 마띠유 플라미니를 연달아 교체하는 강수를 던져야 했다.

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 중인 팀들은 하나같이 중원에서 예전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원의 키를 잡고 있는 야야 투레(맨시티)와 미켈 아르테타(아스널), 마이클 캐릭(맨유), 그리고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같은 선수들이 부상 내지는 하향세를 타면서 중원에서의 지배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EPL의 판도를 좌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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