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국민과자'라 불리고 한국에서는 '악마의
과자'라 불리는 팀탐(Tim Tam)이다. 그 과자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냐는 비웃음도 잠시 뿐이다.
"한 번도 못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이 문구에
마음이 흔들려 손을 댄 것부터 잘못됐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 물러나신 그 분도 맛보지 못했다는 이등병
시절의 초코파이, 그 이후 이렇게 달달한 것에 마음을 뺏길 줄은 몰랐다.
120g 한 봉지를 털어 먹으면 600㎉가 넘는다. 밥 두 공기를 뚝딱 비우는 셈인데, 사실 너무 달아서 한 봉지를
다 먹기도 힘들긴 하다. 그런데 몇 시간 지나면 또 마음이 끌리는 게 요물은 요물이다.
원체 한 곳에
오래 빠지는 성격은 아니라 그렇게 '악마의 달콤함'을 잊어가던
내게 얼마 전 다시 유혹이 찾아왔다.
유통업체 수입사
혹은 호주의 원 제조사, 어디에서 무슨 사단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으나 갑자기 시중에 '팀탐'이 저가에 무차별 살포되기 시작했다.
소셜커머스에서 '반값' 할인이라며 120g 한
봉지 3000원짜리를 1500원에 팔기 시작했다. 12봉지를 사야 무료배송이라니, 날 살찌워 죽이려는 음모임에 틀림이
없다.
클릭의 유혹을
뿌리친 나는 그날 귀갓길에서 더 강력한 유혹을 만났다. 얼마 전 도로를 새 단장해 한층 걷기 좋아진
연세대학교 앞 큰길가에 '세계과자할인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현수막이 걸렸다.
이곳에서도 '악마의 과자'는 1500원에
팔리고 있다. 그 절반 사이즈가 1000원이니, 당연히 더 살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제 정신을 차려보니 1만원어치 팀탐으로 가득 찬 검은 비닐봉지가 내 손에 들려있다.
필리핀 관광객들이
공항에서 싹쓸이해 담아오는 건망고도 단 돈 1000원. 이제
해외여행 가서 과자나 포장 음식류를 사올 필요가 없다. 심지어 더 싼 물건들이 가득하다.
환율이 요동치는
탓일까. 혹은 전 세계적인 가격 파괴 바람일까. 하여간 다이어트의
천적들이 저가에 무차별 살포되고 있다.
주말에 소파에
누워 팀탐을 입 안에 구겨 넣다 말고 문득 국내 과자들이 떠올랐다. '국민파이' 초코파이 12개 들이가 4800원이다. 초코파이, 빼빼로 등 가격이
20%에서 50%까지 오른 국민 과자들. 오픈마켓에서는
수입 과자 매출이 두 배 이상 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수요가 늘었으니
과자 수입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러다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물건을 처리하거나 대규모 수입으로
단가가 낮아지면서 훨씬 싸게 '악마'들이 시중에 풀려나오는
듯하다.
국내 제과업체들이여, 내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악마 퇴치를 위해서라도 가격 좀 착해주면 안되겠니?
-차원이 다른 베팅의 세계 W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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