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NBA 개막전의 남자들



챔피언 팀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차기 시즌 개막일은 ‘축제’와도 같다. 우승 기념반지를 수여받고, 홈 경기장 천장에 우승기(banner)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로지 챔피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그들을 응원해온 팬들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올해도 우승하길!” 모든 챔피언과 팬들의 염원이 아닐까 싶다.
대다수 디펜딩 챔피언들은 최소 개막전에서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지난 10년간 디펜딩 챔피언이 차기 시즌 개막전에서 패한 경우는 단 2번(2006년 우승팀 마이애미, 2011년 우승팀 댈러스) 밖에 없었다.
2013-2014시즌 챔피언 샌안토니오도 다소 고전했지만 댈러스를 따돌리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샌안토니오는 팀 던컨 데뷔 이래 개막전 전적이 무려 17승 1패다. 챔피언십을 획득한 다음 시즌 개막전에서는 승률 100%를 기록했다. 이번 승리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었다. 파이널 MVP 카와이 레너드와 티아고 스플리터 등이 결장했기 때문. 그러나 후배들이 빠진 자리를 선배들이 제대로 메워줬다. 왜 챔피언십 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챔피언 체면을 구긴 적도 있었다. 우승반지도 받고, 지난해 파이널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전의도 다졌지만 정작 경기에서는 맥을 못 춘 경우다. 2006년 마이애미 히트가 그랬다. 이전 시즌에 극적인 뒤집기(2패 뒤 4승)로 타이틀을 획득했던 마이애미는 시카고 불스에게 66-108로 대패했다. 당시 팀을 지도했던 팻 라일리 감독은 “이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며 헛웃음만 지었다. 디펜딩 챔피언이 이렇게 망신을 당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1982년에 LA 레이커스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15점차(117-132)로 진 적이 있었지만, 42점차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반응이었다.
샤킬 오닐은 “이제 첫 경기다”라고 했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았다. 마이애미는 44승 38패에 그쳤고 그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드웨인 웨이드는 51경기, 샤킬 오닐은 40경기만을 출전하는 등 부상으로 얼룩진 시즌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닐이 스타덤에 오른 웨이드를 시기했다는 후문도 있다. 2006년 여름의 일이다. 필자는 한 매니지먼트 사로부터 “샤킬 오닐 측 에이전트가 한국에서도 행사를 할 수 있느냐”며 “어떤 방송이 좋을까 고민 좀 함께 해달라”는 연락을 받은 바 있다. 한참 ‘자유로운 방식’이라는 온라인 길거리 게임이 방송에서도 중계되는 등 그래도 농구 인기가 끝자락에 있던 터라 여기저기 섭외를 도왔으나 끝내 무산됐다. 그때 에이전트 측은 “웨이드에게만 온통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샤크가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1998-1999시즌 개막전에서는 시카고 불스가 유타 재즈에 96-104로 패했다. 직장폐쇄로 개막이 늦어졌던 당시 불스는 어떻게 보면 ‘챔피언팀’이라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3연패를 이끈 주역,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 데니스 로드맨, 필 잭슨 감독 등이 모두 팀을 떠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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