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캔자스시티, 29년만의 WS 진출



캔자스시티가 월드시리즈에 선착했다. 포스트시즌 8연승 질주로 도저히 막기 힘든 모습(1985년 월드시리즈 5차전 이후 11연승). 캔자스시티가 포스트시즌에서 시리즈 스윕을 만들어낸 것은 1980년 챔피언십시리즈 양키스전(3승0패)에 이어 두 번째다(당시 5전3선승제). 챔피언십시리즈 싹쓸이 승리는 2012년 디트로이트 이후 2년만. 반면 볼티모어는 끝까지 터지지 않은 타선이 야속했다. 7회 이후 더욱 침체됐던 타선은 오늘도 캔자스시티 불펜진의 벽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어제 호수비로 승리를 낚아챈 캔자스시티는 오늘도 1회초부터 호수비를 연출, 볼티모어 타선에 허무함을 안겨줬다. 반면 볼티모어는 아쉬운 수비가 1회말부터 점수를 내줬다. 이번 포스트시즌 첫 등판을 이룬 미겔 곤살레스는 첫 두 타자를 내야안타-몸맞는공으로 내보냈다. 두 명의 주자가 나가자 캔자스시티는 어김없이 희생번트를 주문, 주자들의 진루를 도왔다. 이어서 호스머의 1루 땅볼 타구 때 볼티모어 1루수 피어스는 홈 승부를 선택. 하지만 포수 케일러 조셉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두 명의 주자가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0-2). 어제 4회 플래허티의 볼넷 이후 안타는커녕 출루조차 못하고 있는 볼티모어는, 2회 선두타자 크루스가 볼넷 출루했다. 그러나 오늘 선발 출장한 델몬 영은 루상의 주자를 늘리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어제 2회 이후 득점을 볼 수 없었던 볼티모어는, 3회초 어제 가장 많이 출루한 플래허티(2볼넷)가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1-2). 하지만 후속 세 타자가 삼진-땅볼-뜬공으로 물러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볼티모어는 5회초 하디가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캔자스시티 야수들을 상대로 담장이 넘어가는 타구가 아니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앞서 호수비 두 차례를 선보인 고든은 이번에도 멋진 수비로 타구를 잡아 박수 갈채를 받았다.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 바르가스는 탄력을 받고 나머지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캔자스시티는 5회말 알시데스 에스코바가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가 흐름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2사 1,3루 기회를 날려 어제와 달리 호수비 후 득점 공식은 성립되지 않았다. 바르가스는 6회초에도 등판. 볼넷과 삼진 하나씩을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요스트 감독이 마침내 '불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에레라는 애덤 존스에게 안타 하나를 맞고 2사 1,3루에 몰렸지만, 크루스를 2루수 직선타로 돌려세웠다. 7회에도 마운드를 지킨 에레라는 땅볼 두 개와 삼진 하나로 이닝을 끝냈다. 바톤을 이어받은 웨이드 데이비스도 별탈없이 8회를 마감. 9회에는 삼대장 중 끝판왕 홀랜드가 출격했다. 홀랜드는 선두타자 존스를 볼넷으로 출루. 크루스의 땅볼 타구도 위험한 송구를 했다. 에스코바의 안정된 포구로 인해 안정을 찾은 홀랜드는 나머지 아웃카운트를 삼진-3루 땅볼로 잡아 손에 땀을 쥐게 만든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말그대로 쾌속선을 탄 캔자스시티는 빠르게 월드시리즈에 진출. 가을의 전설을 계속 쓰게 됐다. 반면 볼티모어는 1997년 이후 첫 챔피언십시리즈가 무기력하게 끝났다.
*포스트시즌 11연승을 달린 팀은 1927-32년, 1998-99년 양키스가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첫 8경기를 모두 승리한 팀은 캔자스시티가 최초다. 캔자스시티는 AL 챔피언십시리즈를 싹쓸이한 다섯 번째 팀이 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앞선 네 팀은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를 모두 쓸어담은 팀은 2007년 록토버의 주역, 콜로라도에 이어 두 번째다. 캔자스시티는 8회말까지 리드하고 있을 시 79승1패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남겼다. 오늘도 이 법칙을 지킨 홀랜드는 1988년 데니스 에커슬리에 이어 싹쓸이 승리한 시리즈에서 모두 세이브를 따낸 마무리 투수가 됐다. 오늘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결정적인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케인은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챔피언십시리즈 4경기 15타수8안타(.533) 5득점으로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
캔자스시티는 오늘도 '자신들의 야구'로 상대를 압박했다. 앨러드 베어드에 이어 캔자스시티 단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데이튼 무어는 야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동력과 탄탄한 수비력을 강조했다. 또한 투수진은 제구가 좋은 선발투수와 강력한 구위를 갖춘 불펜투수들로 채웠다. 무어는 "파워는 비싸고, 후에 따라온다. 또한 우리 홈 구장은 매경기 홈런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에게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라고 물어봤다"고 팀 청사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3루수로서 수비력이 평균 이하였지만(통산 런세이브 -9), 좌익수로 포지션을 옮긴 후 리그 최고의 수비수(통산 런세이브 90)로 거듭난 알렉스 고든은, 오늘도 까다로운 타구들을 평범한 타구로 둔갑시키는 수비를 보여줬다. 고든에 의하면 "과거에는 공격적인 지표만 강조한 채 수비와 베이스런닝은 간과됐다"고. 하지만 오늘날 캔자스시티의 야구는 이 두 가지가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팀의 숨은 공신으로 꼽히고 있는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는 캔자스시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전력. 페레스의 수비력은 야디에르 몰리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어제 파울볼에 손가락을 맞고, 백스윙에 머리를 맞기도 했지만, 오늘도 정상 출전해 팀 투수진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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