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는 1차전을 패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성사된 13년 만의 20승 투수 대결에서, 그것도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정규시즌에서 4점 이상의 득점 지원을 받았을 때 통산 67승 무패인 커쇼는, 6점의 득점 지원과 5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4이닝 10피안타 7실점 패배에 이어 다시 6.2이닝 8피안타 8실점 패배를 당함으로써,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초로 두 경기 연속 7자책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페드로 바에스가 돌풍을 일으켜줄 거라는 기대는 빗나갔고, 상대 에이스와 마무리가 모두 흔들린 경기를 잡지 못했다. 1패 이상의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확률이 61%(23/38)인 반면 내셔널리그는 84%(32/38)에 달한다. 여기에 2차전까지 패한다는 것은 5전3선승제 시리즈에서 사실상의 탈락을 의미한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치러진 76번의 디비전시리즈에서 2연패 후 3연승의 '리버스 스윕'이 나온 것은 총 5번에 불과했으며, 그것도 내셔널리그는 2012년(샌프란시스코)이 되어서야 처음 나왔다. 다저스에게는 2차전에 등판하는 잭 그레인키(17승8패 2.71 fWAR 3.8)의 호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다.
그레인키는 올시즌 홈에서 10승2패 2.55를 기록했고(원정 7승6패 2.86) 마지막 8경기에서 5승 2.34로 좋았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6경기 2승2패 4.30으로 좋지 않지만, 지난해 세 경기에서는 1승1패 2.57(6이닝 2실점, 8이닝 2실점, 7이닝 2실점)로 좋았다. 그러나 그레인키는 올시즌 같은 지구 팀들을 상대로 15경기에서 12승 1.74를 기록한 반면, 나머지 팀들을 상대로는 17경기에서 5승8패 3.67을 기록하며 제법 큰 차이를 보였다(세인트루이스전 2경기 1승1패 3.55).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시절 대표적인 슬라이더 투수였던 그레인키는, 올해 데뷔 후 가장 높은 16.5%의 체인지업 비중을 기록했다(슬라이더 19.4%). 투스트라이크 이후 좌타자를 상대로 22%, 우타자를 상대로 13%를 던진 체인지업은, 올해 그레인키가 가장 크게 재미를 본 공이다. 그러나 체인지업이 말을 안 들을 때가 제법 많다는 것이 그레인키의 고민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레인키의 체인지업이 세인트루이스의 좌타자들(맷 카펜터, 맷 애덤스, 콜튼 웡, 존 제이 등)을 상대로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느냐는 그레인키와 다저스에게 중요한 문제다.
세인트루이스의 2차전 선발 랜스 린(15승10패 2.74 fWAR 3.1)은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는 투수. 2012년 이후 내셔널리그에서 린(48승)보다 더 많은 승리를 따낸 투수는 웨인라이트(53승)와 커쇼(51승)뿐이다. 린은 평균자책점(2013년 3.97, 2014년 2.74)으로만 보면 한 단계 성장한 시즌을 보냈다. 물론 수비를 배제한 평균자책점이라 할 수 있는 FIP으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지만(2013년 3.28, 2014년 3.35). 무엇보다도 린은 앞선 두 시즌과 달리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처음으로 '용두사미'가 아닌 시즌을 만들었다.
린의 주무기는 93마일의 무브먼트 뛰어난 패스트볼로, 올시즌 린(79.0%)보다 패스트볼 비율이 더 높았던 선발투수는 바톨로 콜론(82.6%)뿐이다. 다저스의 2차전도 린의 패스트볼 컨디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다저스에서 패스트볼 공략에 가장 뛰어난 칼 크로포드와 후안 유리베의 활약이 절실하다.
린이 포스트시즌 선발 5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1승3패 5.56. 그 5경기에서 린은 대체로 타선이 한 바퀴가 돈 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5번 모두 이닝 도중 교체됐다(3.2이닝 4실점, 3.2이닝 4실점 무자책, 4.1이닝 5실점, 5.1이닝 2실점, 5.2이닝 3실점). 특히 2012년 샌프란시스코와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두 번 모두 3회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 후 4회에 크게 무너너졌으며, 지난해 월드시리즈 차전에서도 4회까지 12타자를 상대로 안타 하나를 내주는 호투 후 5회부터 '10타자 5출루'를 기록하고 교체된 바 있다. 따라서 다저스로서는 린으로부터 얻는 첫 번째 기회에서 최대한 많은 점수를 뽑아내야 한다.
세인트루이스는 1차전에서 믿었던 웨인라이트가 4.1이닝 11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진 경기를 뒤집어 승리하는 또 한 번의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맷 카펜터는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커쇼의 붕괴를 불러온 '11구 2루타'에 이어 이번 1차전에서도 경기를 뒤집는 3타점짜리 '8구 2루타'를 날렸다. 그레인키를 상대로도 통산 12타수4안타(2루타 홈런) 1볼넷을 기록 중인 카펜터는 2차전에서도 세인트루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타자가 될 전망이다.
세인트루이스는 2차전까지 승리할 경우 커쇼(4차전 등판 가능)를 다시 만나지 않고 시리즈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아무리 가을 좀비들이라고 해도 커쇼를 두 번 연속 무너뜨린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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