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만 1230억 원을 이적 시장에 쏟아 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그 베일을 벗었다.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의 큰 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돈을 쓴 팀은 맨유다. 7월20일 오전 기준 9850만유로를 선수 영입 비용으로 썼다. 우리 돈으로 123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모르강 슈네델랭, 멤피스 데파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마테오 다르미안 4명을 영입하는데만 쓴 돈이다. 더 놀라운 것은 맨유의 이적 시장 영입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맨유는 바르셀로나의 페드로 등 공격수와 레알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라모스 등 수비수와도 연결돼 있어 이번 여름 선수 영입 비용이 더 폭등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골키퍼 라인의 변화도 추가적으로 있을 수 있는 맨유다.
맨유는 사실 지난 시즌도 프리미어리그 최고액 선수 영입 구단이었다. 앙헬 디 마리아와 데일리 블린트 등을 영입하는데 1억9535만유로(2440억 원)라는 엄청난 돈을 이적 시장에 투입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흔들린 팀을 바로 잡기 위한 조처였다. 루이 반할 감독의 체제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결과적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한 맨유다.
유럽 무대엔 복귀했지만 맨유의 반전 욕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팀의 반전 갈망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여름 이미 뭉칫돈을 이적 시장에 투여했음에도 선수 보강의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맨유다.
추가적인 선수 보강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즌 연속해서 큰 돈을 투자하면서 전력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맨유의 관건은 선수 자원 간의 안정적 결합이다. 이적료 규모가 말해주듯 선수 개개인의 재능은 증명된 일이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적응, 기존 자원들과의 안정적 결합 등은 팀을 이루는 또 다른 측면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개인이 뛰어나도 팀으로 모이지 못하면 그건 좋은 '팀'이 아니다. 이는 맨유 자체적인 고민이기도 하지만 연속해서 이적 시장에 최고액을 쏟아 붓고 있는 맨유의 결과(최종 순위)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의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그 전체가 지켜볼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전력을 대거 영입한 맨유가 드디어 지난 주말 그 전력의 첫 선을 보였다. 맨유는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을 통해 이번 여름 영입한 4인방이 모두 나선 전력의 첫 선을 보였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은 맨유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출전한 프리시즌 첫 공식 대회다. 그 첫 상대가 지난 주말 치른 멕시코의 클럽 아메리카였다. 맨유는 클럽 아메리카전에서 전반과 후반을 완전히 다른 라인업으로 치렀는데 전반엔 데파이, 슈네델랭, 다르미안 후반엔 슈바인슈타이거를 출전시키며 새롭게 영입한 전력의 첫 실전 점검을 했다.
그렇다면 프리미어리그 순위 다툼의 주요 키인 맨유의 새 전력은 어땠을까?
점검의 시작이고 전후반의 멤버가 이원화돼 치른데다 프리시즌의 테스트 매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시즌 맨유의 구성과 전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건 분명히 예고했다. 특히 지난 시즌의 고민 중 하나였던 중앙 미드필드 라인의 밸런스가 잡히면서 전력의 안정감과 함께 다양한 전술의 실험과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일전이었다.
① 전반전엔 새 전력 중 데파이와 슈네델랭, 다르미안이 뛰었다
데파이는 4-2-3-1의 세컨드 스트라이커, 슈네델랭은 중앙 미드필더, 다르미안은 오른쪽 수비수로 나섰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슈네델랭이었다. 프랑스 출신으로 사우스햄튼에서 7시즌을 뛰며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한 슈네델랭은 마이클 캐릭과 짝을 이뤄 맨유의 중원을 책임졌다. 4분46초만에 터진 슈네델랭의 헤딩 골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전체적인 슈네델랭의 움직임과 존재감이었다. 슈네델랭은 상하좌우로 크게 벌려 뛰면서 공수 전반에 걸친 지배력을 분명히 했다. 슈네델랭의 넓은 커버 범위로 캐릭은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을 줄이고 강점인 전진 패스 등에 주력할 수 있었다.
슈네델랭이 움직임만으로 중앙을 책임진 것은 아니었다. 전반 10분 오른쪽에 위치해 있던 후안 마타에게 대각선 오픈 패스를 통해 공격 전개의 방향을 완전히 전환시킨 연결은 이날 슈네델랭 플레이의 백미이기도 했다. 슈네델랭의 움직임과 역할 그리고 존재감은 폴 스콜스 은퇴와 대런 플레처, 톰 클레벌리 이적 등으로 질적으로나, 숫자적으로나 자원이 부족했던 맨유 허리 구성에 전환적 위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② 블린트의 전술적 활용폭이 확대될 수 있다
맨유가 이번 여름 영입한 중앙 미드필더는 슈네델랭 뿐만이 아니다. 독일 대표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베테랑 슈바인슈타이거도 영입했다. 이 때문에 마루앙 펠라이니와 안데르 에레라의 역할과 포지션이 애매해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분명한 건 지난 시즌 미드필드와 수비를 오간 블린트가 상황과 상대에 따라 맨유의 전술을 다각화하는 카드로 그 활용폭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블린트는 우선 중앙 미드필더 자원의 확대로 지난 주말 경기 때처럼 중앙 수비수나 혹은 왼쪽 풀백, 아니면 스리백의 측면 윙백으로 자리를 옮기는 다양한 전술 변화의 키로 활용 될 수 있다. 블린트가 중앙 미드필드는 물론 포백과 스리백의 변화 카드로 그 쓰임새를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블린트(연계) 슈네델랭(수비력) 슈바인슈타이거(공격전개) 등 상대적으로 강점이 다른 선수들의 조합으로 다양한 중앙 미드필더의 결합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포인트 중 하나다.
③ 9.5번 데파이의 등장과 파괴력
지난 시즌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데파이의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데파이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웨인 루니 아래에서 뛰었는데 사실상은 최전방 공격수(등번호 9번)와 플레이메이커(10번)의 역할을 혼합한 9.5번의 플레이였다. 왼쪽엔 애슐리 영, 오른쪽엔 마타가 위치해 있었는데 데파이는 위치에 크게 상관하지 않으면서 맨유의 전체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해냈다. 전반 30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아 들어가던 마타에게 감각적으로 들어올려 연결한 패스와 39분 필 존스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원터치로 루니에게 공을 연결해 1대1 기회를 열어준 게 이날 데파이 활약의 결정판이었다. 전반 45분만 뛰고도 존재감을 분명히 한 데파이였다.
이러한 데파이의 9.5번 포지셔닝은 반 페르시의 이적과 디 마리아의 잔류 불투명 등 공격 자원이 부족한 맨유의 상황과 맞물려 주요하게 지켜봐야 할 것 중 하나다. 또 공격 위치에선 특정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데파이의 전술적 유연성은 맨유가 4-2-3-1(이럴 땐 세컨드 스트라이커) 4-3-3(이 경우는 측면 날개) 4-4-2(최전방 공격수) 등 다양한 형태로 공격 라인을 조합할 때 유용하고 주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④ 다르미안은 맨유의 오랜 고민을 끝낼 수 있을까?
AC밀란 출신으로 토리노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쳐 지난해 이탈리아 대표팀에 발탁된 다르미안도 지난 주말 경기를 통해 선을 보였다. 다르미안은 왼쪽, 오른쪽 수비와 중앙 수비 모두를 볼 수 있는데 주말 클럽 아메리카전에서는 주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 경기를 치렀다.
맨유의 오랜 고민 중 한 곳이 오른쪽 수비다. 멀리 돌아보면 게리 네빌 은퇴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포지션이다. 하파엘 등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반할 감독은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수비로 내리는 등의 플랜B로 오른쪽 수비의 고민을 메웠다. 다르미안의 영입은 이 같은 고민의 연장이었다.
지난 주말 경기에서 다르미안은 특유의 운동량으로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패스 등 호흡 측면에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위아래로 쉴새 없이 오가는 에너지와 파괴력만큼은 눈에 띄었다. 루크 쇼와 블린트, 로호 등의 왼쪽에 비해 숫자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자원이 부족했던 오른쪽 수비라인의 다르미안 가세가 맨유에겐 적지 않은 보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걸 보여주었다.
다르미안의 가세로 전술적으로도 좌우 오버래핑의 밸런스가 잡히면서 특히 전통적인 윙포워드를 두지 않는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등의 전술 변화에 탄력을 더할 수 있게 된 맨유다. 지난 시즌 반할 감독이 썼던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에서는 날개 공격수 역할을 해줄 좌우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이 전술적 관건이다.
⑤ 슈바인슈타이거의 '슈슈라인' 등 전술적 결합
슈바인슈타이거는 후반 안데르 에레라와 짝을 이뤄 45분 간 뛰었다. 후반전엔 맨유가 제임스 윌슨, 아드난 야누자이,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제시 린가드 등 어린 선수들을 많이 출전시키는 등의 여파로 전력과 호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데다 슈바인슈타이거의 개인적 몸 상태도 완전치 않아 독일산 미드필더의 풀전력을 지켜보긴 힘들었다.
하지만 만30살의 슈바인슈타이거는 중앙 수비수 사이로 내려가 공을 받고 빌드업을 시작하거나 공격 2선까지 직접 치고 올라가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클래스의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측면까지도 넓게 벌려 상대 수비의 밀도를 떨어뜨린 뒤 문전의 공격수에게 연결해주는 시야와 기술이 인상적이었다.
이날은 슈(바인슈타이거)슈(네델랭)라인이 전후반을 따로 뛰어 그 모습과 파괴력을 지켜볼 수는 없었지만 이 둘이 중앙을 구성하면 어떠한 플레이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궁금함은 한편으로 더했다. 슈슈라인은 4-2-3-1의 중앙, 4-3-3의 허리, 다이아몬드 4-4-2의 좌우 꼭짓점, 3-5-2의 중원 연결 고리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돼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지난 시즌 미드필드 자원으로도 내려 쓴 루니를 올 시즌엔 안정적으로 공격 위치에서 활용하는 연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펠라이니는 공격 2선 배치 등으로 올릴 수 있는데 시즌 최종전 헐시티전에서 퇴장 당해 새 시즌 개막 3경기 동안 나서지 못하는 건 펠라이니에게 걸리는 일이다.
⑥ 루니만으론 부족하다
현재로선 맨유의 최전방 공격수 자원은 사실상 루니가 유일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복귀한 치차리토가 있지만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며 19살의 제임스 윌슨에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주말 클럽 아메리카전에서도 전반 루니, 후반 윌슨 최전방 카드는 움직임과 파괴력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맨유가 바르셀로나의 페드로 등과 연결되고 있는데 1230억 원에 크게 보태는 엄청난 추가 베팅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골키퍼의 경우도 변수가 정리돼야 한다. 주말 경기에서 공식적으론 다비드 데헤아가 부상을 이유로 빠졌지만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 등 자리가 분명히 정리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클럽 아메리카전 전반엔 임대복귀생 22살의 샘 존스톤, 후반엔 백업맨 아네르스 리네고르가 골문을 지켰는데 무게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맨유 골키퍼의 문제는 전반 블린트-필 존스, 후반 에반스-스몰링으로 이어진 센터백 라인의 보강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일이라 시즌 개막 전까지 맨유가 어떠한 선택을 내리는지 지켜봐야할 중대한 포인트 중 하나다.
참고로 맨유는 현재 진행 중인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에서 22일 새너제이 어스퀘이크스, 26일 바르셀로나, 30일 파리생제르맹전을 치른 뒤 오늘부터 3주 뒤인 8월8일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