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8일 토요일

'떠나는 농사꾼’ 김응룡의 마지막 당부



“고생을 많이 해서 충전하고 있는 중이지. 푹 쉬면서 농사나 짓고 있어”

너털웃음을 짓는 거장의 미소 속에 그간 자신의 인생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여유가 느껴졌다. 지난해를 끝으로 현역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응룡(74) 감독의 18일 모습이었다. 18일 후배들과 팬들의 열렬한 축복 속에 그라운드 은퇴식을 가진 김 감독은 앞으로 야인으로서 설계할 것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발전의 산증인으로써 후배들에게 당부한 마지막 말은 여전히 묵직하고 인상적이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프로야구 감독 역사상 최다승에 빛나는 김응룡 감독은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지난해 한화 감독을 끝으로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난 김 감독은 최근 일상으로 돌아와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오래간만의 야구장 나들이인 셈이다. 김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공로패를 전달받았으며 시구를 했다. 나눔 올스타의 1이닝 사령탑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애당초 김 감독은 워낙 거대한 업적을 남긴 김 감독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10개 구단 감독들이 시즌 전부터 김 감독의 공로를 기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고 이날은 그 절정이었다. 김 감독도 미안해하면서도 또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 감독은 “평소에 따뜻한 말 한 마디 없이 만날 다그치기만 했었는데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마웠다”라면서 “어제부터 잠이 안 오더라. 한숨을 못잤다”라고 웃었다. 웬만한 상황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 이 역전의 거장에게도 이날은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이 생각, 저 생각, 후배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을 했다”라고 말한 김 감독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밤을 새도 모자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평범한 농사꾼으로 돌아가는 김 감독이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한 김 감독은 대뜸 ‘정신력’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김 감독은 “팬들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정신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라고 운을 뗀 뒤 “예전에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이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에도 현역 감독을 한 인물이다. 프로야구의 역사와 발전상을 모두 아는 산증인이다. 그래서 김 감독의 이야기는 뼈가 있었다.

예전을 회상하고 미화하는 것은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현상이다. “그 때가 좋았지”, “우리 때는 안 그랬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김 감독 또한 “몰라,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다”라며 이런 점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껏 흐른 세월을 담담히 회고하며 어렵게 꺼낸 김 감독의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김 감독은 “시대와 방식은 변했지만, 프로는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진리는 바뀌지 않는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많은 지도자들이 “요즘 선수들은 정신력이 약하다”라는 말을 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단순히 ‘올드 보이’의 옛 타령으로만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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