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4일 월요일

'8월 빈공' 추신수의 브레이크 없는 추락, 심상찮다


최악의 6월과 7월을 겪은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반등을 기대했지만 8월에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브레이크 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추신수는 8월 3경기에서 13타수 1안타(타율 0.077)의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6월 26경기에서 타율 1할 7푼 9리, 7월에도 26경기에서 2할 8리로 침묵했고, 어느새 타율은 2할 3푼 4리까지 떨어졌다. 2할 2푼대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던 출루율도 3할 4푼 2리. 그야말로 평범한 수치다.

추신수는 지난 5월 8일 콜로라도전을 마친 뒤 타율 3할 7푼, 출루율 5할로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3달도 되지 않아 타율 1할 3푼 6리, 출루율 1할 5푼 8리를 깎아 먹었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은 추신수에 대한 끊임없는 신뢰를 보여줬지만 이를 스스로 걷어차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상대 수비 시프트를 뚫어내지 못하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루수나 2루수 방면 땅볼만 양산해내고 있다.

추신수의 후반기 성적을 한 번 살펴보자. 16경기 타율 1할 9푼 4리, 홈런 없이 2타점. 출루율 2할 2푼 7리, 장타율 2할 2푼 6리다. 투수의 피안타율이 아닌 장타율이 말이다. 도루는 시도조차 없고, 장타는 2루타 2개가 전부다. 시즌 득점권 타율은 1할 5푼 4리(65타수 10안타)까지 떨어졌다. 득점권 장타율이 2할 3푼 1리에 불과하니 대량 득점의 물꼬를 트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에는 추신수가 아웃되면 후속타자인 엘비스 앤드루스와 알렉스 리오스 등이 안타 잔치를 벌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날(4일) 1회초에도 추신수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앤드루스의 2루타와 리오스의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이 나왔다. 이제는 추신수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던 볼넷조차 실종됐다. 후반기 16경기에서 추신수가 골라낸 볼넷은 단 3개.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추신수의 올 시즌 WAR(대체선수 승리 기여도는)은 0.1에 불과하다. 2009년 5.5, 2010년 5.9, 지난해 4.2와 견줘 참담하기 그지없다. WAR 0.1은 지난 2007년 클리블랜드에서 단 6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9푼 4리(17타수 5안타) 5타점, 출루율 3할 5푼을 기록했을 때 수치와 같다. 팀 승리에 거의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50경기 이상 출전한 텍사스 타자 중 추신수보다 WAR이 낮은 타자는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미치 모어랜드(-0.2)와 마이클 초이스(-1.7)가 전부다. 아드리안 벨트레(4.2), 레오니스 마틴(3.4)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문제는 6월 이후 부진 탈출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것. 범위를 넓혀 보면 6월 이후 55경기에서 추신수는 56차례 삼진을 당했고, 볼넷은 절반도 안 되는 23개. 이 기간 타율은 1할 8푼 6리다. 텍사스로선 추신수의 출루 본능을 믿고 7년간 1억 3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안겨줬는데 전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팀 기여도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현재 추신수의 시즌 타율 2할 3푼 4리는 한국프로야구에서도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뒤에서 2번째다.

추신수의 텍사스 이적 발표 직후 MLB.com의 신시내티 담당 기자 마크 셸든은 "누가 대체자로 나서든 추신수만큼 기록을 올리긴 어렵다"고 했고, 리처드 저스티스 기자도 "출루머신인 추신수는 텍사스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추신수가 떠난 신시내티 리드오프를 꿰찬 빌리 해밀턴은 추신수와 같은 105경기에서 타율 2할 7푸 1리 6홈런 41타점 42도루, 출루율 3할을 기록 중이다. WAR도 2.9로 출루율만 빼면 모든 지표에서 추신수를 앞선다.

누구도 추신수가 이 정도로 부진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핸들이 고장난 '추추 트레인'은 언제쯤 본 궤도에 올라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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