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7일 금요일

한국은 월드컵을 '3개월 속성'으로 준비했다


브라질 월드컵은 실패였다.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시작으로 부실했던 경기 내용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준비 과정 그리고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았던 국민들의 호응도까지, 최악의 대회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여러모로 충격이 크다. 대한민국 축구사를 통틀어 비난과 가장 거리가 멀었던 홍명보 감독이 1년 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스로는 “어떤 때는 명장이 됐다가 어떤 때는 조기 축구 감독보다도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감독의 운명”이라며 짐짓 여유로운 척을 했으나 많이 쫓기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떨어진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던 취임 일성도 머쓱해졌다. 이렇게 대표팀을 향한 여론이 차가웠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상대에 대한 전술적인 분석이 되지 못한 탓인지 대비책이 전혀 나오지 못했고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무색무취했다. 망한 대회다. 어쩌면 예고된 실패였는지 모른다. 

홍명보 감독은 2013년 6월25일에 지휘봉을 잡았다. 월드컵을 1년 앞뒀을 때다. 넉넉하진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사령탑에게는 그리 부족한 시간만도 아니다. 문제는, 그 1년을 자기 스스로 반 토막 냈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1/4만 활용했다.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을 ‘선수들과 함께’ 준비한 시간은 3개월 정도다. 

지난 3월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전후한 때가 본격적인 출발이다. 앞선 8개월가량은 선수 발굴과 실험을 가장한 시간 보내기였다. 물론 마냥 흘려보낸 것은 아니다.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 및 지원스태프들은 트레이닝을 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브라질로 이어진 전지훈련도 스태프에게 큰 도움이 됐을 시간이다. 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한 준비는 아니었다. 

어차피 3월6일 그리스전 이후 멤버가 월드컵 멤버였다. ‘뜨거운 감자’ 박주영이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승선했던 당시 그리스전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자. 박주영, 구자철, 이청용, 손흥민, 기성용, 한국영, 이용, 홍정호, 김영권, 김진수, 정성룡이 나섰다. 느낌이 올 것이다.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부상으로 낙마한 김진수 자리에 윤석영이 들어간다면, 브라질 월드컵 주전 명단과 똑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곤란하나, 시나리오가 정해져 있던 느낌이다. 유럽리그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그에 앞서 박주영이 합류할 타이밍을 잡았다. 결국 3월 그리스전에서 박주영이 한방을 터뜨려주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고 5월초부터 가능한 유럽파들을 파주로 불러들이며 진짜 준비에 들어갔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과 월드컵을 준비한 기간은 3개월 정도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내내 “브라질 월드컵에 누가 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으나 누구든 알고 있는 그 라인업을 위해 앞선 시간들은 벌인 꼴이 됐다. 그 라인업 안에 소위 말하는 ‘홍명보의 아이들’ 다 들어 있다. 

진짜 ‘의리’ 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그 선수들이 진짜 최고의 기량이라 판단했는지는 홍 감독만 알고 있다. 어느 쪽이든, 자만이 지나쳤다. 3개월 정도 손발을 맞춰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판이었다. 상대에 대한 대비도 못했고 우리 것도 표출하지 못했다. 우리보다 축구를 잘하는 독일도 브라질도 아르헨티나도 우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후 처리과정이다. 불과 6개월 뒤에 아시안컵이 열린다. 똑같은 마인드로 반복한다면 진짜 오만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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