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9일 일요일
'신들린 선방' 오초아, 멕시코 최후방의 믿을맨
멕시코의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는 역시 든든했다. 멕시코는 패했지만 그의 선방쇼는 단연 빛났다.
멕시코는 30일(한국시간) 브라질 포스탈레자의 카스텔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16강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멕시코는 후반 3분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의 중거리 슈팅으로 앞서 갔다. 이후 네덜란드는 호주, 칠레전에서 연속골을 넣은 조커 멤피스 데파이를 투입하며 파상 공세를 시작했다.
조별예선에서 10골을 넣은 네덜란드와 한 골만 내준 멕시코의 짠물 수비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네덜란드의 공세는 위협적이었다. 전반전에 유효 슈팅 하나만 기록하며 부진했던 네덜란드는 로벤의 돌파를 이용해 멕시코의 골문을 조준했다.
하지만 멕시코에는 최후방의 믿을맨 오초아가 있었다. 오초아는 후반 12분 문전 앞에서 시도한 스테판 데 브라이의 슈팅을 막아내며 경이적인 반사 신경을 선보였다. 브라질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티아구 실바의 결정적인 헤딩 슈팅을 저지한 것 만큼 값진 순간이었다. 또 후반 중반 로벤의 일대일 찬스를 무마시키며 수준급 판단력을 보였다.
오초아는 이후 스네이더와 클라스 얀 훌텔라르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오초아의 선방쇼가 회자되고 있을 만큼 발군의 순발력을 과시했다.
오초아의 신들린 선방에 해외 언론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야신상을 받은 독일의 올리버 칸 또한 오초아를 대회 최고의 골키퍼로 꼽았다. 멕시코의 탈락으로 오초아는 브라질을 떠나게 됐지만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2014년 6월 28일 토요일
다나카 완투패, 두 경기 연속 패전
다나카 완투패, 두 경기 연속 패전
다나카가 데뷔 후 첫 번째로 완투패를 당했다. 오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피홈런이었다. 다르빗슈는 지난 두 경기 부진을 털어내고 시즌 8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8승에 성공. 추신수도 멀티히트로 다르빗슈의 승리를 도왔다. 하지만 또 다른 아시아 선발투수 천웨이인은 피홈런 3방을 맞고 크게 부진했다. 그레인키는 동료들의 화끈한 득점지원과 본인의 화끈한 투구로 시즌 10승에 성공. 세일도 7승을 올린 가운데, 슈어저는 13K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밀워키는 4연승을 달렸고, 오클랜드도 밀워키에 이어 올시즌 50승을 거둔 팀이 됐다.
보스턴(37승44패) 2-1 양키스(42승37패)
W: 레스터(9-7 2.92) L: 다나카(11-3 2.10) S: 우에하라(17/1 1.23)
양팀 에이스가 출격하는 3연전 중 결승전 같은 2차전. 다나카와 레스터는 모두가 기대한 대로 명품 투수전을 연출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이 미소지은 쪽은 레스터였다. 레스터는 8이닝 6K 1실점 비자책(5안타 2볼넷) 승리(118구). 3회 드류의 실책으로 나간 로버츠가 몸맞는공-희생번트-땅볼 때 홈을 밟았다. 5회까지 노히트를 이어갔던 레스터는, 6회 선두타자 가드너에게 오늘 경기 첫 안타를 맞았다. 다나카는 또 다시 홈런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오늘 경기 첫 피안타가 3회 로스에게 맞은 홈런이었던 다나카는, 9회 2사 후 나폴리에게 결승홈런을 헌납했다. 다나카는 9이닝 8K 2실점(7안타 1볼넷)의 완투패(116구). 지난 볼티모어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패전투수가 됐다. 5경기 연속 피홈런을 허용한 것이 화근. 올시즌 이 부문 최다 기록은 마르코 에스트라다의 11경기 연속 피홈런이다. 다나카는 AL 동부지구 팀들을 상대한 7경기 성적이 4승2패 2.40이 됐다. 9회초에 한 점 차 리드를 잡은 보스턴은, 마무리 우에하라가 출격. 우에하라는 벨트란-이치로-매캔은 삼진-중견수 라이너-삼진으로 잡고 손에 땀을 쥐게 한 투수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결승홈런의 주인공 나폴리는 1홈런 1타점 1볼넷(.275 .390 .459).
*스플리터와 함께 슬라이더가 대단한 무기가 되고 있는 다나카는, 올시즌 슬라이더 점유율 22%를 기록 중이다. 특히 투 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질 시에는 .139의 낮은 피안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반대로 보스턴은 지난해부터 우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에 취약점을 보여왔던 팀.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는 아니발 산체스의 슬라이더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6이닝 노히터를 당하기도 했다. 올해도 보스턴은 슬라이더 상대 팀 타율이 .144, 장타율이 .199로 리그에서 가장 나쁜 성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다나카는 오티스-보가츠-나바를 상대로 각각 한 번씩 슬라이더 삼진을 잡아냈다. 흥미로운 승부는 나폴리였다. 나폴리는 첫 타석에서 슬라이더를 골라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다나카는 다음 타석 때부터 싱커를 결정구로 던져 두 타석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9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 놓은 후(1-2), 4구째 96마일 패스트볼이 홈런으로 연결됐다(다나카는 특유의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나폴리는 오늘 경기 전까지 양키스 상대 통산 성적이 .331 .442 .640(55경기). 이 점을 고려했을 때 빠른 승부보다 신중한 승부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이근호·김신욱·김승규, 확실한 주가상승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빛난 태극전사는 다름 아닌 'K리거 3인방'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이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끝났다. 한국은 러시아와 1-1로 비기며 희망을 보여주는가 싶었다. 하지만 가장 만만하게 봤던 알제리에게 전반전 세 골을 허용하며 2-4로 졌다. 한국은 스타가 빠지고 10명이 싸운 벨기에에게 0-1로 패하는 치욕으로 월드컵을 마쳤다.
절망적인 결과다. 하지만 그 중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준 선수들도 있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가장 빛난 선수는 ‘육군병장’ 이근호였다. 러시아전 조커로 기용된 이근호는 후반전 통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작렬시켰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속시원한 장면이었다. 이 때 한국이 1무 2패로 퇴장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러시아전 첫 승을 꿈꿨다.
이번 월드컵에서 패배보다 답답했던 것은 선수들이 무기력하고 투지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지네진 지단에게 태클하고 “내 월급에서 까라”고 했던 김남일같은 선수가 없었다. 태극전사들은 왠지 모르게 위축되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했다. 슈팅찬스에서 지나치게 슈팅을 미루는 장면도 많았다. 반면 이근호는 군인답게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국민들 가슴을 뻥 뚫어줬다.
이근호는 알제리전 구자철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1골, 1도움으로 태극전사 중 최고성적을 냈다. 그럼에도 벨기에전이 끝난 뒤 “내가 패스미스를 해서 골을 먹었다”면서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이근호의 모습은 국민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다.
벨기에전 처음 주전으로 뛴 김신욱(26, 울산)과 김승규(24, 울산)도 빛났다. 장신의 벨기에 수비수들에 맞서 과감하게 몸을 부딪치는 김신욱의 플레이는 대표팀에 새로운 활로를 뚫었다. 196cm 장신의 고공플레이에 벨기에 수비수들도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신욱에게 늘 2~3명의 수비수가 붙어 집중견제를 했다. 한국 공격수 중 이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한 선수는 김신욱이 유일했다. 항상 2선으로 빠져 슛다운 슛 한 번 못해본 박주영(29)에게 실망한 팬들은 김신욱에게 열광했다.
김승규도 마찬가지였다. 순발력과 점프력이 좋은 김승규는 벨기에의 공중볼을 한 박자 빠른 판단으로 낚아챘다. 그는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벨기에전 수차례 좋은 선방을 보여줬다. 팬들은 ‘이렇게 잘하는 선수를 왜 이제야 기용했냐’는 반응을 보였다. 알제리전 치욕의 4실점을 한 선배 골키퍼 정성룡은 경기 후 “승규가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덕담을 했다. 합숙기간 내내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선후배의 훈훈한 모습에 국민들도 탈락의 아픔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 모두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다. 어떤 리그에서 뛰는지도 중요하지만,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 선수는 월드컵이라는 가장 빛나는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 국위선양을 했다. 한국의 브라질월드컵 도전은 끝났지만 축구는 계속된다. 세 선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K리그 인기몰이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4G 5골’ 로드리게스, 월드컵 최고 ‘라이징 스타’
4경기서 5골을 넣은 제임스 로드리게스(23, 모나코)가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29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치러진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두 골을 폭발시킨 로드리게스의 활약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제 콜롬비아는 칠레를 승부차기 끝에 3-2로 이기고 올라온 브라질과 8강에서 맞붙게 됐다.
팽팽하던 균형은 전반 28분 무너졌다. 아크 정면에서 가슴으로 공을 잡은 로드리게스는 공이 떨어지기 전에 그대로 왼발 발리슛을 때렸다. 하늘로 치솟았다가 뚝 떨어진 공은 그대로 골키퍼 손을 벗어나 골망을 흔들었다. 그는 후반 5분에도 추가골을 넣어 두 골을 폭발시켰다. 콜롬비아가 사실상 승리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이날 두 골로 로드리게스는 브라질월드컵 최초로 4경기 연속골을 작렬시켰다. 그는 그리스와의 첫 경기서 3-0을 결정짓는 골을 넣었다. 이어 코트디부아르전 선제골과 일본전 네 번째 마무리 골로 엄청난 결정력을 자랑했다. 조별 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은 선수는 로드리게스와 리오넬 메시(27, 바르셀로나) 단 두 명뿐이다.
대회 다섯 골을 신고한 로드리게스는 나란히 4골을 넣고 있는 메시(27, 바르셀로나), 네이마르(22, 바르셀로나), 토마스 뮐러(25, 바이에른 뮌헨) 등 기라성 같은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을 제치고 득점 선두에 올라섰다. 로드리게스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수준의 선수로 올라섰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세계 빅클럽들도 월드컵 깜짝 스타들을 주목하고 있다. 월드컵을 계기로 주가를 높여 빅클럽으로 이적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로드리게스 역시 빅클럽들의 구애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2014년 6월 27일 금요일
16강 간 나이지리아 선수들, 팀 훈련 보이콧
카메룬, 가나에 이어 나이지리아까지 2014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한 아프리카 팀들이 '돈' 문제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사상 첫 16강 진출에 성공한 알제리만 예외다.
미국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 ESPN은 28일(이하 한국시간) "16강전을 앞둔 나이지리아 대표팀이 이날 예정된 팀 연습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선수들이 연습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ESPN은 나이지리아 수비수 조셉 요보(노리치시티)와 인터뷰도 소개했다. 요보는 "선수들 모두 참을 만큼 참았다"며 "나이지리아축구협회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갈등의 핵심은 대표팀 출전 수당과 보너스다.
나이지리아에 앞서 카메룬, 가나, 그리고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에서도 같은 문제가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불거져 나왔다. 선수들이 팀 연습을 거부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나이지리아축구협회다.
ESPN은 "협회는 서둘러 정부 관계자와 대표팀 보너스 지급 방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협회는 대표팀에게 8강 진출시 더 많은 보너스 지급을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팀들이 역대 월드컵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8강이다. 카메룬과 세네갈이 각각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편 벤 아일라 나이지리아축구협회 대변인은 "협회 관계자를 비롯해 대표팀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이 서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 연습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팀 훈련은 취소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 나선 아프리카 팀들은 보너스 문제가 해결된 뒤 더 안 좋은 결과를 손에 넣었다. 카메룬은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보너스를 지급했지만 각각 그리스, 포르투갈에 발목을 잡혀 역시 조별리그에서 미끄러졌다. 나이지리아는 오는 7월 1일 프랑스와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월드컵을 '3개월 속성'으로 준비했다
브라질 월드컵은 실패였다.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시작으로 부실했던 경기 내용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준비 과정 그리고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았던 국민들의 호응도까지, 최악의 대회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여러모로 충격이 크다. 대한민국 축구사를 통틀어 비난과 가장 거리가 멀었던 홍명보 감독이 1년 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스로는 “어떤 때는 명장이 됐다가 어떤 때는 조기 축구 감독보다도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감독의 운명”이라며 짐짓 여유로운 척을 했으나 많이 쫓기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떨어진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던 취임 일성도 머쓱해졌다. 이렇게 대표팀을 향한 여론이 차가웠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상대에 대한 전술적인 분석이 되지 못한 탓인지 대비책이 전혀 나오지 못했고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무색무취했다. 망한 대회다. 어쩌면 예고된 실패였는지 모른다.
지난 3월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전후한 때가 본격적인 출발이다. 앞선 8개월가량은 선수 발굴과 실험을 가장한 시간 보내기였다. 물론 마냥 흘려보낸 것은 아니다.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 및 지원스태프들은 트레이닝을 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브라질로 이어진 전지훈련도 스태프에게 큰 도움이 됐을 시간이다. 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한 준비는 아니었다.
어차피 3월6일 그리스전 이후 멤버가 월드컵 멤버였다. ‘뜨거운 감자’ 박주영이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승선했던 당시 그리스전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자. 박주영, 구자철, 이청용, 손흥민, 기성용, 한국영, 이용, 홍정호, 김영권, 김진수, 정성룡이 나섰다. 느낌이 올 것이다.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부상으로 낙마한 김진수 자리에 윤석영이 들어간다면, 브라질 월드컵 주전 명단과 똑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곤란하나, 시나리오가 정해져 있던 느낌이다. 유럽리그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그에 앞서 박주영이 합류할 타이밍을 잡았다. 결국 3월 그리스전에서 박주영이 한방을 터뜨려주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고 5월초부터 가능한 유럽파들을 파주로 불러들이며 진짜 준비에 들어갔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과 월드컵을 준비한 기간은 3개월 정도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내내 “브라질 월드컵에 누가 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으나 누구든 알고 있는 그 라인업을 위해 앞선 시간들은 벌인 꼴이 됐다. 그 라인업 안에 소위 말하는 ‘홍명보의 아이들’ 다 들어 있다.
진짜 ‘의리’ 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그 선수들이 진짜 최고의 기량이라 판단했는지는 홍 감독만 알고 있다. 어느 쪽이든, 자만이 지나쳤다. 3개월 정도 손발을 맞춰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판이었다. 상대에 대한 대비도 못했고 우리 것도 표출하지 못했다. 우리보다 축구를 잘하는 독일도 브라질도 아르헨티나도 우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후 처리과정이다. 불과 6개월 뒤에 아시안컵이 열린다. 똑같은 마인드로 반복한다면 진짜 오만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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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서 확인된 '박지성 후계자'...손흥민
한국의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조별리그서 끝났다. 축구팬들이 바라던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22, 레버쿠젠)에게 한국 축구가 바라던 박지성의 후계자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은 알게 됐다.
실망스러운 대회였다. 조별리그 3경기서 한국이 거둔 성적은 1무 2패.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대표팀이 월드컵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많은 기대를 했던 축구팬들로서는 아쉬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대회에서 직접 뛴 선수들 만큼이나 고개를 숙이게 됐다.
하지만 실망과 아쉬움 속에서도 하나의 깨달음은 있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박지성이 은퇴한 이후 부재했던 한국의 에이스 역할을 수행할 선수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바로 대표팀의 막내 손흥민이다.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이번 대표팀은 어렸고,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가 별로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손흥민은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247분을 뛴 손흥민은 생애 첫 월드컵이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자신의 몫을 120% 수행했다.
무엇보다 빛났던 것은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나온 득점포다. 손흥민은 0-3으로 지고 있던 후반 5분 추격의 신호를 알리는 만회골을 넣어 한국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게 만들었다. 비록 2-4로 지며 패배라는 결과는 바뀌지 않았지만 모두들 침체 돼 있는 상황에서 팀의 막내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경기였다.
1무 2패의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결과를 남겼지만 브라질 월드컵은 손흥민에게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패배의 아쉬움 속에 "긍정적인 것은 선수들이 큰 대회 경험한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며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의 경험이 선수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손흥민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세계적인 선수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손흥민은 "우리 기량이 세계무대에서 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팀들의 준비가 더 좋았던 것 같다"면서 "너무 배운게 많은 대회다. 이번 월드컵이 예방 접종이 됐다고 본다. 경험 토대로 더 멋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16강 진출 실패라는 쓴 보약을 마신 만큼 이제는 성장을 할 시간이다.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박지성의 후계자의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된 만큼 박지성에 버금가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1세의 박지성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됐던 것처럼 손흥민 또한 이번 월드컵을 발판 삼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2014년 6월 26일 목요일
'성적은 연봉순 아니다' 톱3 감독 모두 16강 실패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성적은 연봉 순이 아니었다.
27일(한국시간) 확정된 브라질 월드컵 16강 대진표를 보면, 이번 대회 출전국 중 대표팀 감독에게 가장 많은 연봉을 준 상위 3개국이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연봉 1위인 파이보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은 이날 대회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알제리에 1-1로 비기면서 최종 2무1패, 조 3위의 성적으로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한국·알제리와 모두 1-1 무승부를 기록하고 벨기에에 0-1로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2위인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도 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D조 최하위에 그치며 350만 파운드(약 60억4천5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무색하게 했다.
잉글랜드는 코스타리카에 0-0으로 비기고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에 모두 1-2로 패하며 '축구 종가' 자존심을 구겼다.
이탈리아의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257만5천파운드(약 44억7천800만원)로 연봉 3위에 올랐으나 16강 진출에 실패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프란델리 감독은 조별리그 D조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1승을 올렸을 뿐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에 잇달아 0-1로 패하며 조 3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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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호날두, 극적인 드라마는 없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다.
연봉은 2013년 기준 5374만유로(약 742억원)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다.
스폰서 수입에서도 단연 1위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스포츠 브랜드 N사로부터 1410만파운드(약 244억원)를 후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보다 50만파운드(약 8억6000만원)를 더 받고 있다.
소속팀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나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호날두는 결승전 골을 포함해 17골을 폭발시키며 최다골 기록으로 득점왕에도 올랐다.
호날두 시대의 정점을 찍었다. 이미 호날두는 2008년 맨유 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득점왕에 올랐다. 3년 뒤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도 평정했다. 리그에서 40골을 터뜨렸다. 2008년과 2013년에는 유럽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등 클럽 유니폼을 입고 선수로서는 모든 것을 이룬 호날두였다.
하지만 포르투갈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억세게 운나쁜 사나이로 변한다. A매치 112경기에 출전, 49골을 터뜨렸다. 자타공인 포르투갈의 에이스다. 그러나 대표팀과 궁합은 그리 잘 맞지 않았다. 유로2004 준우승, 유로2012 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월드컵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2006년 독일 대회와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기록한 골은 고작 2골이었다. 그렇게 골을 잘넣던 사나이가 월드컵에만 나서면 작아졌다. 동료와의 호흡이 불안한 것도 컸지만,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점도 컸다.
4년이 흘렀다. 브라질월드컵에선 반전을 꿈꿨다. 기량이 물이 오를대로 올라있었다. 그러나 홀로 16강을 책임지기에는 부족했다. 독일과의 1차전에선 페페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려 0대4 참패를 막지 못했다. 미국과의 2차전에서도 침묵했다.
27일(한국시각) 브라질리아 에스타디오 나시오날에서 펼쳐진 가나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G조 최종전. 이날 호날두는 경기 초반부터 가나를 몰아붙인 포르투갈 파상공세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좀처럼 가나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전반 5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크로스바에 맞고 튕겨 나갔다. 호날두는 실망하지 않고 전반 12분 다시 득점기회를 잡았다. 아크 서클에서 세트피스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전매특허 프리킥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다. 전반 18분에는 완벽에 가까운 득점찬스를 날려 버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페레이라의 크로스를 호날두가 공중으로 홀로 떠 헤딩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자존심은 1-1로 맞서던 후반 35분이 돼서야 세웠다. 역전골을 터뜨렸다. 행운이 따랐다. 왼쪽 측면에서 올린 나니의 크로스가 수비수에 맞고 공중으로 떴다. 가나 골키퍼가 쳐낸 것이 문전에 있던 호날두 앞으로 연결됐다. 호날두는 지체없이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월드컵 세 대회 연속골이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경기 종료 직전 세 차례의 좋은 득점찬스를 모두 날려버렸다. 슈팅이 번번히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골대를 빗나갔다. 결국 호날두를 기다린 것은 눈물이었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통과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발롱도르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의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도 이겨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월드컵 직전 발롱도르를 받은 선수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준우승만 다섯 번이었다. 이번 대회 희생양은 호날두였다.
벤제마 "16강 진출, 자랑스럽다"
프랑스 대표팀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조 1위로 16강 진출한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프랑스가 2승 1무의 성적으로 E조 1위를 차지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프랑스는 26일(한국시각)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E조 3차전 에콰도르와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에콰도르의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퇴장당했지만 프랑스는 에콰도르의 정신력에 고전하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벤제마는 경기가 끝난 뒤 현지 언론을 통해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패하지 않았고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매우 자랑스럽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프랑스는 F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나이지리아를 상대한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팀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생존한 아프리카팀이다. 하지만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파괴력이라면 프랑스의 우세가 점쳐진다. 이에 벤제마는 "쉬운 상대는 없다"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벤제마는 온두라스(2골)와 스위스(1골)를 상대로 연거푸 득점포를 가동하며 강력한 골든부츠 후보로 떠올랐다.
전 네덜란드 대표 평가 "로벤, 메시보다도 낫다"
월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레네 판 데 케르크호프가 네덜란드를 이끌고 있는 아르연 로벤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네덜란드가 스페인, 칠레, 호주와 함께 속한 2014 브라질 월드컵 B조에서 3연승을 기록하며, 조 선두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네덜란드가 거둔 빼어난 성적을 설명하기 위해선 바이에른 뮌헨 소속 공격수 로벤의 활약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대회 들어 3골 1도움을 기록한 로벤은 특히 1위 결정전으로 치러진 칠레와의 경기에선 홀로 팀의 공격을 이끌며 2-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물론 스페인, 호주를 상대로도 매우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로벤이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준우승 멤버로 활약했던 판 데 케르크호프는 네덜란드 매체 '옴루프 브라반트'를 통해 "네덜란드는 칠레를 상대로 실망스러운 전반전을 보냈지만, 마지막 20분 동안 위대한 로벤의 활약으로 승리를 차지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는 이에 더해 "로벤은 압도적인 차이를 벌리며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심지어 리오넬 메시보다도 훌륭하다."라며 로벤을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그는 "승점 9점으로 조 선두를 차지했고, 이는 분명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차라리 브라질과 16강에서 맞대결을 벌였으면 했는데, 멕시코를 만나게 됐다. 어찌 됐든 칠레와 스페인을 꺾은 네덜란드 역시 현 최강 팀 중 하나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네덜란드의 인상적인 흐름에 흡족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 결과로 네덜란드는 다가올 30일(한국시각), 멕시코를 상대로 16강전을 치르게 됐다. 최고의 경기력은 아니었다곤 하지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로벤을 보유한 네덜란드가 계속해서 연승 행진을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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