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9일 일요일

추신수 "'보통의 추신수 되고파…자신감 되찾을 것"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에서 극도의 부진에 빠진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에게 내린 선수 자신과 감독의 처방은 모두 '자신감 회복'이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 지역 신문인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에 따르면 추신수는 "전반기는 생애 최악이었다"며 "보통의 추신수가 되고 싶다"고 과거 성적의 회복을 간절히 바랐다.

추신수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반기에 타율 0.221을 찍었다. 

굳이 다른 수치를 따져볼 필요도 없을 만큼 안 좋은 성적이었고, 그 때문에 8번 타순으로 출장하는 낯선 경험도 해야 했다.

추신수는 "그래도 안 뛰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며 "어디서 치든 매일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타순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추신수라는 선수가 상당히 꾸준한 선수라고 믿는다"며 "야구에서 자신감은 꽤 빨리 돌아오곤 한다. 타석에서 한 번의 계기만 있으면 된다"고 힘줘 말했다.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감독도 추신수의 부진에 대해 같은 생각을 밝혔다.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매우 훌륭한 선수의 자질을 지녔고,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나온 안타일지언정 그런 긍정적인 느낌은 선수가 자신감을 되찾도록 해준다"며 "작은 물방울이 큰 줄기가 돼서 완전한 홍수가 된다. 안타 하나가 추신수의 봇물을 터뜨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2타수 2안타로 1타점 1도루로 활약한 19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은 '작은 물방울'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줬다는 것이 현지의 시선이다.

이날 추신수는 첫 타석에서 중견수 앞에 뚝 떨어지는 짧은 안타를 쳐 지난 9일 이후 열흘 만에 안타를 추가했다.

번트 안타에 올 시즌 첫 도루까지 성공하는 등 예전과는 경기 내용이 여러모로 달랐다.

배니스터 감독은 "우리는 그런 역할을 해줄 추신수가 필요하다"며 "그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타자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안다"고 신뢰를 보냈다.

[EPL이슈] 베일 벗은 맨유 1230억 '4인방' 어땠나?

현재까지만 1230억 원을 이적 시장에 쏟아 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그 베일을 벗었다.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의 큰 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돈을 쓴 팀은 맨유다. 7월20일 오전 기준 9850만유로를 선수 영입 비용으로 썼다. 우리 돈으로 123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모르강 슈네델랭, 멤피스 데파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마테오 다르미안 4명을 영입하는데만 쓴 돈이다. 더 놀라운 것은 맨유의 이적 시장 영입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맨유는 바르셀로나의 페드로 등 공격수와 레알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라모스 등 수비수와도 연결돼 있어 이번 여름 선수 영입 비용이 더 폭등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골키퍼 라인의 변화도 추가적으로 있을 수 있는 맨유다.

맨유는 사실 지난 시즌도 프리미어리그 최고액 선수 영입 구단이었다. 앙헬 디 마리아와 데일리 블린트 등을 영입하는데 1억9535만유로(2440억 원)라는 엄청난 돈을 이적 시장에 투입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흔들린 팀을 바로 잡기 위한 조처였다. 루이 반할 감독의 체제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결과적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한 맨유다.

유럽 무대엔 복귀했지만 맨유의 반전 욕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팀의 반전 갈망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여름 이미 뭉칫돈을 이적 시장에 투여했음에도 선수 보강의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맨유다.

추가적인 선수 보강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즌 연속해서 큰 돈을 투자하면서 전력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맨유의 관건은 선수 자원 간의 안정적 결합이다. 이적료 규모가 말해주듯 선수 개개인의 재능은 증명된 일이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적응, 기존 자원들과의 안정적 결합 등은 팀을 이루는 또 다른 측면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개인이 뛰어나도 팀으로 모이지 못하면 그건 좋은 '팀'이 아니다. 이는 맨유 자체적인 고민이기도 하지만 연속해서 이적 시장에 최고액을 쏟아 붓고 있는 맨유의 결과(최종 순위)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의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그 전체가 지켜볼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전력을 대거 영입한 맨유가 드디어 지난 주말 그 전력의 첫 선을 보였다. 맨유는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을 통해 이번 여름 영입한 4인방이 모두 나선 전력의 첫 선을 보였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은 맨유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출전한 프리시즌 첫 공식 대회다. 그 첫 상대가 지난 주말 치른 멕시코의 클럽 아메리카였다. 맨유는 클럽 아메리카전에서 전반과 후반을 완전히 다른 라인업으로 치렀는데 전반엔 데파이, 슈네델랭, 다르미안 후반엔 슈바인슈타이거를 출전시키며 새롭게 영입한 전력의 첫 실전 점검을 했다.

그렇다면 프리미어리그 순위 다툼의 주요 키인 맨유의 새 전력은 어땠을까?

점검의 시작이고 전후반의 멤버가 이원화돼 치른데다 프리시즌의 테스트 매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시즌 맨유의 구성과 전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건 분명히 예고했다. 특히 지난 시즌의 고민 중 하나였던 중앙 미드필드 라인의 밸런스가 잡히면서 전력의 안정감과 함께 다양한 전술의 실험과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일전이었다.


① 전반전엔 새 전력 중 데파이와 슈네델랭, 다르미안이 뛰었다

데파이는 4-2-3-1의 세컨드 스트라이커, 슈네델랭은 중앙 미드필더, 다르미안은 오른쪽 수비수로 나섰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슈네델랭이었다. 프랑스 출신으로 사우스햄튼에서 7시즌을 뛰며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한 슈네델랭은 마이클 캐릭과 짝을 이뤄 맨유의 중원을 책임졌다. 4분46초만에 터진 슈네델랭의 헤딩 골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전체적인 슈네델랭의 움직임과 존재감이었다. 슈네델랭은 상하좌우로 크게 벌려 뛰면서 공수 전반에 걸친 지배력을 분명히 했다. 슈네델랭의 넓은 커버 범위로 캐릭은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을 줄이고 강점인 전진 패스 등에 주력할 수 있었다.

슈네델랭이 움직임만으로 중앙을 책임진 것은 아니었다. 전반 10분 오른쪽에 위치해 있던 후안 마타에게 대각선 오픈 패스를 통해 공격 전개의 방향을 완전히 전환시킨 연결은 이날 슈네델랭 플레이의 백미이기도 했다. 슈네델랭의 움직임과 역할 그리고 존재감은 폴 스콜스 은퇴와 대런 플레처, 톰 클레벌리 이적 등으로 질적으로나, 숫자적으로나 자원이 부족했던 맨유 허리 구성에 전환적 위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② 블린트의 전술적 활용폭이 확대될 수 있다

맨유가 이번 여름 영입한 중앙 미드필더는 슈네델랭 뿐만이 아니다. 독일 대표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베테랑 슈바인슈타이거도 영입했다. 이 때문에 마루앙 펠라이니와 안데르 에레라의 역할과 포지션이 애매해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분명한 건 지난 시즌 미드필드와 수비를 오간 블린트가 상황과 상대에 따라 맨유의 전술을 다각화하는 카드로 그 활용폭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블린트는 우선 중앙 미드필더 자원의 확대로 지난 주말 경기 때처럼 중앙 수비수나 혹은 왼쪽 풀백, 아니면 스리백의 측면 윙백으로 자리를 옮기는 다양한 전술 변화의 키로 활용 될 수 있다. 블린트가 중앙 미드필드는 물론 포백과 스리백의 변화 카드로 그 쓰임새를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블린트(연계) 슈네델랭(수비력) 슈바인슈타이거(공격전개) 등 상대적으로 강점이 다른 선수들의 조합으로 다양한 중앙 미드필더의 결합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포인트 중 하나다.

③ 9.5번 데파이의 등장과 파괴력


지난 시즌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데파이의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데파이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웨인 루니 아래에서 뛰었는데 사실상은 최전방 공격수(등번호 9번)와 플레이메이커(10번)의 역할을 혼합한 9.5번의 플레이였다. 왼쪽엔 애슐리 영, 오른쪽엔 마타가 위치해 있었는데 데파이는 위치에 크게 상관하지 않으면서 맨유의 전체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해냈다. 전반 30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아 들어가던 마타에게 감각적으로 들어올려 연결한 패스와 39분 필 존스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원터치로 루니에게 공을 연결해 1대1 기회를 열어준 게 이날 데파이 활약의 결정판이었다. 전반 45분만 뛰고도 존재감을 분명히 한 데파이였다.

이러한 데파이의 9.5번 포지셔닝은 반 페르시의 이적과 디 마리아의 잔류 불투명 등 공격 자원이 부족한 맨유의 상황과 맞물려 주요하게 지켜봐야 할 것 중 하나다. 또 공격 위치에선 특정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데파이의 전술적 유연성은 맨유가 4-2-3-1(이럴 땐 세컨드 스트라이커) 4-3-3(이 경우는 측면 날개) 4-4-2(최전방 공격수) 등 다양한 형태로 공격 라인을 조합할 때 유용하고 주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④ 다르미안은 맨유의 오랜 고민을 끝낼 수 있을까?

AC밀란 출신으로 토리노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쳐 지난해 이탈리아 대표팀에 발탁된 다르미안도 지난 주말 경기를 통해 선을 보였다. 다르미안은 왼쪽, 오른쪽 수비와 중앙 수비 모두를 볼 수 있는데 주말 클럽 아메리카전에서는 주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 경기를 치렀다.

맨유의 오랜 고민 중 한 곳이 오른쪽 수비다. 멀리 돌아보면 게리 네빌 은퇴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포지션이다. 하파엘 등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반할 감독은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수비로 내리는 등의 플랜B로 오른쪽 수비의 고민을 메웠다. 다르미안의 영입은 이 같은 고민의 연장이었다.

지난 주말 경기에서 다르미안은 특유의 운동량으로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패스 등 호흡 측면에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위아래로 쉴새 없이 오가는 에너지와 파괴력만큼은 눈에 띄었다. 루크 쇼와 블린트, 로호 등의 왼쪽에 비해 숫자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자원이 부족했던 오른쪽 수비라인의 다르미안 가세가 맨유에겐 적지 않은 보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걸 보여주었다.

다르미안의 가세로 전술적으로도 좌우 오버래핑의 밸런스가 잡히면서 특히 전통적인 윙포워드를 두지 않는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등의 전술 변화에 탄력을 더할 수 있게 된 맨유다. 지난 시즌 반할 감독이 썼던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에서는 날개 공격수 역할을 해줄 좌우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이 전술적 관건이다.

⑤ 슈바인슈타이거의 '슈슈라인' 등 전술적 결합

슈바인슈타이거는 후반 안데르 에레라와 짝을 이뤄 45분 간 뛰었다. 후반전엔 맨유가 제임스 윌슨, 아드난 야누자이,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제시 린가드 등 어린 선수들을 많이 출전시키는 등의 여파로 전력과 호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데다 슈바인슈타이거의 개인적 몸 상태도 완전치 않아 독일산 미드필더의 풀전력을 지켜보긴 힘들었다.

하지만 만30살의 슈바인슈타이거는 중앙 수비수 사이로 내려가 공을 받고 빌드업을 시작하거나 공격 2선까지 직접 치고 올라가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클래스의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측면까지도 넓게 벌려 상대 수비의 밀도를 떨어뜨린 뒤 문전의 공격수에게 연결해주는 시야와 기술이 인상적이었다.

이날은 슈(바인슈타이거)슈(네델랭)라인이 전후반을 따로 뛰어 그 모습과 파괴력을 지켜볼 수는 없었지만 이 둘이 중앙을 구성하면 어떠한 플레이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궁금함은 한편으로 더했다. 슈슈라인은 4-2-3-1의 중앙, 4-3-3의 허리, 다이아몬드 4-4-2의 좌우 꼭짓점, 3-5-2의 중원 연결 고리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돼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지난 시즌 미드필드 자원으로도 내려 쓴 루니를 올 시즌엔 안정적으로 공격 위치에서 활용하는 연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펠라이니는 공격 2선 배치 등으로 올릴 수 있는데 시즌 최종전 헐시티전에서 퇴장 당해 새 시즌 개막 3경기 동안 나서지 못하는 건 펠라이니에게 걸리는 일이다.


⑥ 루니만으론 부족하다
현재로선 맨유의 최전방 공격수 자원은 사실상 루니가 유일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복귀한 치차리토가 있지만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며 19살의 제임스 윌슨에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주말 클럽 아메리카전에서도 전반 루니, 후반 윌슨 최전방 카드는 움직임과 파괴력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맨유가 바르셀로나의 페드로 등과 연결되고 있는데 1230억 원에 크게 보태는 엄청난 추가 베팅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골키퍼의 경우도 변수가 정리돼야 한다. 주말 경기에서 공식적으론 다비드 데헤아가 부상을 이유로 빠졌지만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 등 자리가 분명히 정리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클럽 아메리카전 전반엔 임대복귀생 22살의 샘 존스톤, 후반엔 백업맨 아네르스 리네고르가 골문을 지켰는데 무게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맨유 골키퍼의 문제는 전반 블린트-필 존스, 후반 에반스-스몰링으로 이어진 센터백 라인의 보강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일이라 시즌 개막 전까지 맨유가 어떠한 선택을 내리는지 지켜봐야할 중대한 포인트 중 하나다.

참고로 맨유는 현재 진행 중인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에서 22일 새너제이 어스퀘이크스, 26일 바르셀로나, 30일 파리생제르맹전을 치른 뒤 오늘부터 3주 뒤인 8월8일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나선다.

2015년 7월 18일 토요일

'떠나는 농사꾼’ 김응룡의 마지막 당부



“고생을 많이 해서 충전하고 있는 중이지. 푹 쉬면서 농사나 짓고 있어”

너털웃음을 짓는 거장의 미소 속에 그간 자신의 인생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여유가 느껴졌다. 지난해를 끝으로 현역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응룡(74) 감독의 18일 모습이었다. 18일 후배들과 팬들의 열렬한 축복 속에 그라운드 은퇴식을 가진 김 감독은 앞으로 야인으로서 설계할 것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발전의 산증인으로써 후배들에게 당부한 마지막 말은 여전히 묵직하고 인상적이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프로야구 감독 역사상 최다승에 빛나는 김응룡 감독은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지난해 한화 감독을 끝으로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난 김 감독은 최근 일상으로 돌아와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오래간만의 야구장 나들이인 셈이다. 김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공로패를 전달받았으며 시구를 했다. 나눔 올스타의 1이닝 사령탑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애당초 김 감독은 워낙 거대한 업적을 남긴 김 감독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10개 구단 감독들이 시즌 전부터 김 감독의 공로를 기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고 이날은 그 절정이었다. 김 감독도 미안해하면서도 또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 감독은 “평소에 따뜻한 말 한 마디 없이 만날 다그치기만 했었는데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마웠다”라면서 “어제부터 잠이 안 오더라. 한숨을 못잤다”라고 웃었다. 웬만한 상황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 이 역전의 거장에게도 이날은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이 생각, 저 생각, 후배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을 했다”라고 말한 김 감독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밤을 새도 모자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평범한 농사꾼으로 돌아가는 김 감독이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한 김 감독은 대뜸 ‘정신력’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김 감독은 “팬들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정신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라고 운을 뗀 뒤 “예전에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이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에도 현역 감독을 한 인물이다. 프로야구의 역사와 발전상을 모두 아는 산증인이다. 그래서 김 감독의 이야기는 뼈가 있었다.

예전을 회상하고 미화하는 것은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현상이다. “그 때가 좋았지”, “우리 때는 안 그랬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김 감독 또한 “몰라,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다”라며 이런 점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껏 흐른 세월을 담담히 회고하며 어렵게 꺼낸 김 감독의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김 감독은 “시대와 방식은 변했지만, 프로는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진리는 바뀌지 않는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많은 지도자들이 “요즘 선수들은 정신력이 약하다”라는 말을 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단순히 ‘올드 보이’의 옛 타령으로만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커쇼 8이닝 14K 무실점, 다저스 WSH와 1승 1패





LA 다저스가 클레이튼 커쇼의 8이닝 무실점 역투를 앞세워 내셔널스와 원정 3연전 시리즈에서 1승 1패를 만들었다. 

다저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 원정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전날 서스펜디드(일시정지)게임이 선언됐다 이날 6회부터 속개된 양팀의 (3연전 시리즈)1차전에서는 워싱턴이 5-3으로 승리했다. 

앞서 끝난 일시정지(서스펜디드)후 속개된 경기에서 3-5로 역전패한 부담 속에 등판했던 커쇼는 워싱턴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커쇼는 7회까지 매회 삼진 2개씩 잡아냈고 한 번도 복수의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지난 9일 필라델피아에서 8안타 완봉승을 거뒀던 때에 비해서도 내용면에서 훨씬 돋보이는역투였다.

필라델피아전 당시 123개를 던지면서 탈삼진 13개로 자신의 시즌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던 커쇼는 워싱턴을 맞아 7회에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선두 타자 유넬 에스코바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면서 이날의 13개째 탈삼진을 기록하더니 다음 타자 클린트 로빈슨까지 삼진 아웃시키면서 14번째 K를 기록했다. 

커쇼는 이날 14개의 탈삼진을 보태면서 시즌 174개로 메이저리그 탈삼진 1위를 굳게 지켰다. 

8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가 101개로 연속 경기 완봉승도 기대해 볼 수 있었으나 9회부터 마운드를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에게 넘겼다. 8이닝 동안 안타 3개만 내줬다. 시즌 평균 자책점은 2.68이 됐다. 101개의 투구 중 73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커쇼가 두 자릿수 탈삼진과 무사사구를 기록한 것은 개인 통산 10번째다. 시즌 7승째(6패).

2회 아드리안 곤살레스, 안드레 이디어, 야시엘 푸이그의 연속 3안타로 선취점을 올린 다저스는 5회 승부를 결판 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1사 후 작 피더슨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하위 켄드릭이 중전 안타를 날려 1사 1,2루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저스틴 터너가 좌익수 앞으로 가는 안타를 쳤을 때 워싱턴 좌익수 클린트 로빈슨이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는 사이 켄드릭은 3루, 타자주자 터너는 2루까지 달렸다. 3루주자 피더슨은 이미 홈에 들어온 다음이었다.

다저스는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이디어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푸이그의 좌전 적시타로 2점을 더 추가해 4-0으로 앞섰다. 

워싱턴은 0-4로 뒤지던 9회 1사 2루에서 브라이스 하퍼의 우월 2점 홈런(시즌 27호)로 2-4까지 추격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세이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등판했던 잰슨은 그나마 나머지 아웃 카운트를 잘 잡고 경기를 마무리 했다. 

워싱턴 선발 투수 더그 피스터는 매회 주자를 내보내는 고전 끝에 시즌 5패째(3승)을 당했다. 5이닝 동안 9안타 볼넷 2개로 4실점(4자책점)했다. 탈삼진은 1개뿐이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30. 투구수는 91개(스트라이크 58개)였다. 

한편 전날 조명탑의 연이은 정전으로 인해 일시정지가 선언됐다 이날 6회 초 다저스 공격부터 이어진 경기에서는 워싱턴이 5-3으로 승리했다. 

3-3 동점이던 8회 2사 1루에서 대타로 등장한 맷 덴 데커가 다저스 5번째 투수 페드로 바에스의 초구를 강타, 우월 2점 홈런(시즌 2호)을 날리면서 승리를 거뒀다. 

다저스 곤살레스는 1박 2일 동안(4회, 6회)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으나 3년 연속 20홈런 고지에 도달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9회 마운드에 올랐던 워싱턴 마무리 투수 드루 스토렌은 무사 1,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기고 시즌시즌 28세이브째(1승)를 올렸다. 다저스 바에스는 시즌 2패(2승)째를 기록했다.

다저스는 이날 1승 1패를 기록하면서 시즌 52승 40패가 됐다. 워싱턴은 49승 40패.